HOME > JET 프로그램 > 일생의 보물★ JET 체험기

일생의 보물★ JET 체험기

  • JET프로그램 경함담
  • 2017-12-15
  • 김후진

    시마네현 마쓰에시 2012년4월~2015년4월 CIR

    마쓰에시 국제교류과

  • 너무나도 미숙했던 나
    2011년 일본에서 대학원을 졸업할 때쯤, 졸업 논문 작성에 쫓기는 정신 없는 상황 속에서도 마음 한 켠에는 불안감이 싹트고 있었습니다. 이미 오래 전부터 그것이 무엇인지는 자신이 제일 잘 알고 있었으나 항상 미루고 또 미루어 두던 생각. ”졸업하면 무엇을 할까” 였습니다.
     
    일찍이 이과의 "이(理)"나 공과의 "공(工)”이라는 글자와는 담을 쌓고 지낸 전형적인 일문학 전공자(문학도 아는 게 없지만) 였고 대학원에서도 배운 내용도 취업에는 신통치 않았던 지라 그런 마음은 더 컸는지도 모릅니다.
     
    사실 JET프로그램에 대한 도전은 스스로의 선택은 아니었습니다. 멀리 있는 친구의 권유가 JET에 도전하게 된 계기였는데 공부나 마음가짐 둘 다 제대로 준비가 된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아름다운 노을이 지는 곳에서 만난 아이들
    제가 있던 마쓰에는 호수로 지는 노을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교류원의 하루가 끝나고 호수에 떨어지는 해를 바라보며 맥주 한 잔을 곁들이며 사진을 찍거나 노을을 보러 온 사람들을 구경할 수 있는 소소한 재미가 있는 곳입니다. 
     

    마쓰에 국제교류원 업무 중 가장 비율이 높은 일은 학교와 한국의 주민문화센터에 비슷한 공민관을 찾아가는 일 입니다. 이렇게 일본에서 일반 주민들과 학생들을 대상으로 외국인이 모국의 문화를 소개할 수 있는 점이 JET프로그램의 매력이라고 저는 생각하는데 특히 학생들은 제가 소개한 한국에 대해서 정말이지 상상도 못한 반응을 보여주곤 합니다.
     

    한국의 식문화를 소개하려고 가져간 스테인리스 그릇과 금속 수저를 가지고 악기 다루듯 연주하는 예술가, 나이 먹기 놀이를 하려고 준비한 삼각 안전 꼬까를 머리에 쓰고 뛰어다니는 악동, 생김새는 자기들과 똑같건만 외국인이라는 말에 쭈뼛쭈뼛 대며 말도 못 거는 수줍음 많은 부끄럼쟁이, 교류원도 몰랐던 한국에 대한 지식을 공부해와서 놀라게 만드는 척척박사 등 수많은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습니다.

    또 “무 뽑기”라는 한국에서 하는 아이들의 놀이를 가르쳐 주니 “아! 이거 이거 일본에도 있어!”라며 다른 이름으로 똑 같은 놀이를 하는 아이들을 보고서 놀라며 한층 한국과 일본의 가까움을 느낀 적도 많았습니다.
     
     

    점심시간이 되어서 아이들과 함께 맛있는 급식까지 먹고 나서 “이제 헤어질 시간~”이라고 하면 붙잡는 아이들과 차를 타고 돌아가는 길까지 따라와서 손 흔들며 배웅하는 아이들 때문에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던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이 언젠가 또래의 한국 아이들과 만나고 저와의 추억으로 이야기의 물꼬를 틀 수 있다면 무척 기쁠 것 입니다.
     
    주위를 둘러봅시다
    소속되는 지자체에 따라서 차이는 있겠지만 대부분의 국제교류원은 여가시간이 넉넉한 편입니다. 자연히 취미생활에 대해서 관심을 가지게 될 텐데 제가 눈을 돌린 분야는 자전거와 캠핑이었습니다. 바다가 아름다운 시마네의 해안선을 따라서 몇 날 며칠을 자전거로 달리고, 해수욕장을 찾아서 캠핑을 하는 취미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나중에는 국제교류원의 임기가 끝난 후에는 자전거 전국일주에 도전하자!라는 생각에 4개월에 걸쳐서 북해도부터 오키나와까지 1만 킬로미터의 여행을 했습니다. 아마 이 취미는 제 일생의 취미생활이자 도전적 경험이 될 것 같습니다.
     

    손님으로만 머물지 마세요
    JET프로그램에 도전하고자 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대부분 여행이든 학생이든 일본에 머무른 경험이 있는 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서 선발 되는 국제교류원의 부임지 대부분은 중소도시, 혹은 시골입니다. 오늘날 대도시만 보자면 한국과 일본이나 별 반 차이가 없는데 그래서 저는 일본의 진짜 모습은 이런 작고, 조금 불편한 곳들에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역의 특색과 사람들의 생활상이 만들어 내는 문화가 아직 많이 남아 있기 때문입니다. 국제교류원이라는 직함은 외부인에게 열지 않는 빗장을 허무는데도 꽤나 큰 도움이 되는데 이런 점은 여러분이 일본에서 지나가는 “손님”이었던 여러분을 그 지역의 일원으로 받아들여지고 일본인들이 소중하게 여기는 “기즈나(絆)”라는게 무엇인지 깨닫게 해주는 좋은 기회 일 것 입니다. 좋든 싫든 여러분은 “동네 아이돌”이 될 테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