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JET 프로그램 > 일생의 보물★ JET 체험기

일생의 보물★ JET 체험기

  • 나에게 있어서 JET프로그램이란
  • 2017-07-17
  • 윤미링

    히로시마현 2002년4월~2004년4월 CIR

    국제교류실

  • 여러분 반갑습니다. JET 10기 윤미링이라고 합니다. 2002년부터 2004년까지 히로시마현청 국제교류실에서 근무하였으며, 현재는 경기도 중등 일본어 교사로 근무하고 있습니다. JET프로그램 참가 경험이 현재의 직업 선택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할 수 있지요. 그럼 지금부터 제 인생에서 중요한 한 페이지를 장식한 JET와의 만남부터 그 이후까지를 돌아보고자 하는데 함께하시겠어요? ^^
     
    1. JET프로그램에 참가하기까지의 자신을 돌아보면서
    어릴 적 부모님을 따라 일본에서 생활했던 경험이 밑바탕이 되었고, 외국어에 관심이 많아 일어일문학과에 진학했다. 대학교 1학년 강의 시간 중 교수님께서 JET프로그램에 관한 정보를 주신 적이 있었는데 그때는 건성으로 흘려들었던 기억이 난다.

    4학년 때 후쿠오카에 있는 규슈대학에서 일본어·일본문화 연수생 생활을 하면서 JET프로그램에 대해 구체적으로 알게 되었고, 이것이야말로 내가 찾던 일이라는 강한 이끌림이 있었기에 귀국 후에는 JET프로그램 시험 준비에 몰두하였다. 그리고 2002년 4월부터 히로시마현청에서 대망의 국제교류원 생활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2. JET프로그램에 참가하면서(인상 깊었던 업무/지역의 매력/인간관계/생활 속에서 체험한 것 등)
    모든 사회 초년생들에게 그러하듯이 첫 직장은 설렘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곳이리라. 내 인생의 첫 직장이 외국의 공무원들과 함께하는 곳이라 생각하니 더더욱 그랬다.

    나의 근무지 히로시마는 인류 역사상 최초의 피폭지로 유명한 곳이다. 국제교류원으로 부임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같은 건물에 있는 피폭대책실에서 업무지원 요청이 왔다. 한국에서 피폭자로 추정되는 가족이 피폭대책실을 방문할 예정이니 통역을 부탁한다는 것이었다. 처음으로 뭔가 굵직한 업무를 맡게 되었다는 긴장감과 기대감에 부풀어 약속 장소로 향했다. 먼저 가서 기다리고 있으니 거동이 불편하신 백발의 노모를 부축한 60대 어르신들이 천천히 들어오셨다. 그분들은 50여 년 전에 겪었던 일들을 하나씩 증언하셨는데,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 묘사를 통역하면서 울컥하는 마음을 억누르기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히로시마현은 자국민뿐만 아니라 재외국민에게도 당시 상황이 소명되면 피폭자로 지정해 주고 병원진료비를 지원해 주는 정책을 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역사 앞에 책임 있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근무 기간 동안 그 가족 분들 이외에도 몇 차례 유사한 사례를 접할 수 있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되어 있는 히로시마 평화기념공원은 피폭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을 생생하게 재현해 놓은 곳으로, 연중 전 세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나는 이 역사적인 장소를 매일 자전거를 타고 가로질러 출퇴근을 했다. 내가 따사로운 햇살을 받으며 평화롭게 거니는 이 길이 50여 년 전에는 생명체가 다시 살 수 있을지 의문이 일 정도로 폐허였던 곳이지만, 끈질긴 생명력과 사람들의 노력으로 재건에 성공하여 지금은 원폭 돔만이 그 당시의 참상을 조용히 알리고 있다.
     
    또 다른 국제교류원의 대표적인 업무 중에는 지역 학교 방문이 있다. 나의 현재 직업을 선택하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업무이다. 주로 초등학교로 간 일이 많았는데, 한국어와 한국의 전통 문화, 한국 사회 전반에 걸쳐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한국을 소개하는 일이다. 현장에서 아이들과 소통하면서 나의 모국에 대한 애국심과 나의 적성을 발견하는 좋은 계기가 된 듯하다. 특히 어느 중학교에서 한글 강좌를 하면서, 우리말과 글의 과학성과 우수성을 새삼 깨닫고 우리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느끼기도 하였다.
     
    국제교류원 생활을 하면서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것보다 도움을 받는 일이 더 많다고 느낄 때가 종종 있었다. 아시다시피 JET프로그램은 전 세계의 젊은 인재들을 초청하여 일본의 지역사회를 국제화시킨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오히려 우리 교류원들이 국제적인 안목과 식견을 키울 수 있는 장이 아닌가 싶다. 각자의 부임지에 도착하기 전에 도쿄에서 이루어지는 오리엔테이션, 임기 중간중간에 이루어지는 각종 연수프로그램, 그중 가장 감탄했던 것은 교류원들을 위한 심리 상담 연수였다. 각기 다른 환경에서 근무하면서 개개인 교류원들이 느끼는 어려움을 강의 및 집단 상담을 통해 해소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연수이다. JET프로그램을 내실 있게 운영하기 위해 정말 세심한 부분까지 신경을 쓰는, 한마디로 A/S까지 확실하게 보장해 준다는 인상을 받았다.
     
    연수에 참여하면서 두 가지 아쉬웠던 점이 있는데, 첫 번째로 JET프로그램은 대다수가 영어권 참가자이다 보니 상담 연수 같은 경우는 일본어와 영어로 이루어진다는 점이다. 일본에서 영어 때문에 주눅이 든 것은 처음이었고 영어 회화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던 순간이었다. 또 한 가지는 영어권에서 온 교류원들은 많은 사람 앞에서 자신의 생각을 당당하게 말하는 모습이 매우 자연스러웠다는 점이다. 내가 한 이야기가 다른 사람에게 어떻게 들릴지를 걱정하고 망설이다가, 하고 싶은 말을 못하고 마는 나의 소극적인 모습과 대조되어 많이 부럽게 느껴졌다. 여러분은 미리 대비하여 나와 같은 아쉬움은 느끼지 않기를 바란다.
     
    3. JET프로그램이 현재의 자신과 어떠한 관계를 맺고 있는가.
    JET프로그램은 자신의 가능성을 마음껏 시험해 볼 수 있는 직업 체험 프로그램과도 같다고 말하고 싶다. 현청 내외에서 의뢰가 들어오는 각종 번역 업무,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방문하는 공무원 연수단의 인솔·통역, 초·중·고등학교 방문 강의, 현청 직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한국어 강좌, 그 밖에 각종 국제 교류 이벤트 참여 등 내가 일본어를 활용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영역의 업무를 경험하는 최고의 프로그램이라고 감히 말하고 싶다.

    위에 열거한 업무를 통해 나의 적성을 파악하였고, 귀국 후 임용고사에 도전하여 내 꿈을 이루었으니, 국제교류원 경력은 내 남은 인생을 좌우하게 된 내 인생의 큰 축이라고 할 수 있겠다.
     
    4. JET프로그램 참가를 목표로 하는 후배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아직 JET프로그램에 도전할지 말지 고민이라면, 끌리는 길을 서슴없이 걸어가라고 말하고 싶다. 어디서 봤는데 ‘갈까 말까 고민되면 가라’고 하더라. 내 경험상 모든 경험은 다 피가 되고 살이 되는 것이었기에 후회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한다. 자신의 선택에 대한 책임만이 남는 것이니까. 그리고 도전하기로 결정했다면 철저히 준비하라고 조언하고 싶다. 이는 내가 일본으로 출국 전 JET 선배님으로부터 들었던 조언이기도 하다. 사람은 아는 만큼 보이고, 보고 들은 깊이만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국제교류원을 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훨씬 더 잘할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5. 감상
    나는 건강상의 이유로 2년 근무 후 귀국했던 상황이라 아직도 그때를 생각하면 안타까울 따름이다. 홀로 외국 생활을 하면서 건강 관리 잘해서 나처럼 아쉬움 가득 안고 귀국하는 사람은 없었으면 한다. 그리고 함께 직장생활을 하면서 마음 맞는 사람들과 시간 날 때마다 여행을 많이 다니라고 권하고 싶다. 같은 부서 여직원들과 함께 떠났던 홋카이도 여행이 너무나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 있기에, 더 많이 다니지 못했던 시간들이 아쉽기만 하다.

    그러고 보니 내가 국제교류원이었던 시간이 벌써 15년 전이다. 지금 JET프로그램 시험에 도전하는 후배님들은 그 무렵보다 더 치열하게 경쟁하지 않을까 싶다. 힘들게 얻게 될 자리인 만큼 분명 갚진 경험이 되리라 생각한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시간을 되돌아보며 행복해할 미래의 JET들의 건투를 빈다.
     
    ※ 맨 위 왼쪽부터 시계 방향으로
    1. 한국에서 대학생 연수단이 왔을 때 일본 문화 체험 교실에서 통역을 하는 모습
    2. 초등학교 방문 시 아이들에게 한국을 소개하는 모습
    3. 히로시마 평화공원 내에 있는 원폭 돔
    4. JET프로그램 한국인 참가자를 위한 한국 문화 연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