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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설렘이 가득, 로맨틱 가나자와
  • 2023-03-10
  • 임혜연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石川県金沢市) 2016년 4월 ~ 2020년 4월 CIR

  • 이시카와현 가나자와시설렘이 가득, 로맨틱 가나자와

    안녕하세요. 저는 이시카와현의 중앙에 위치한 최대도시 가나자와시에서 국제교류원으로 4년간 근무하였습니다. 가나자와시는 인구 46만 명의 중소도시로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진 관광지는 아니지만, 일본 국내 관광객과 세계 각국의 관광객을 합치면 연간 천만 명 이상이 방문하는 일본 굴지의 관광도시입니다. 한국의 자매도시인 전주시와 여러모로 닮아있는 곳으로, 역사가 느껴지는 도시 풍경과 전통 공예, 맛있는 음식이 수많은 사람들을 가나자와로 이끕니다. 지금부터 제가 네 번의 사계절을 겪으면서 느낀 가나자와의 매력을 깨알 팁들을 포함해 여러분들에게 소개해드리겠습니다.

    1. 봄의 가나자와
    누군가가 저에게 가나자와의 사계절에 순위를 매겨보라고 한다면 2위부터 4위까지는 고민을 조금 하겠지만, 가나자와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 1위는 단연코 봄이라고 생각합니다. 봄의 가나자와에는 가슴 설레는 풍경이 가득해, 봄이 오면 저는 이 하루를 마무리하는 게 아쉬워 산책을 끝내고 싶지 않은 강아지처럼 늦게까지 거리를 걷다 들어가고, 소풍날 아침 아이처럼 새로 만날 풍경에 설레 부지런히 눈을 뜨며 4번의 봄을 보냈습니다.
     
    저를 설레게 한 풍경을 먼저 보시죠.
      
    [사진: 가나자와성 공원의 낮과 밤]

    이곳은 벚꽃 명소 중 하나인 가나자와성 공원입니다. 가나자와성 공원으로부터 맞은 편에 위치한 겐로쿠엔까지 벚꽃길이 이어져있어, 벚꽃을 원없이 보실 수 있습니다. 밤이 되면 벚꽃에 분홍빛을 더해주는 조명이 로맨틱한 분위기를 더해주는데, 손을 잡고 걷는 연인들을 비롯해 벚꽃길에서 만나는 사람들의 표정에서 행복함이 느껴져, 공기마저 달콤하게 느껴졌습니다. 분위기에 취해 걷다보면 순식간에 밤이 깊어질텐데, 이 시기에는 일교차가 큰 편이기에 밤 벚꽃을 보러 가실 때는 따뜻한 걸칠 것을 가지고 나가시길 추천합니다.

    전통목조건물로 된 음식점, 기념품 가게 등이 모여 있는 가나자와의 대표 관광명소인 히가시차야가이와 가즈에마치차야가이역시 벚꽃 명소인데요, 이곳 역시 낮에도 오고 밤에도 또 다시 와야 할 명소입니다. 낮에는 단체 관광객들이 가득해 활기 넘치는 곳이지만, 저녁이 되면 마치 거짓말처럼 거리에 사람들이 사라지기 때문에 조용한 거리를 거닐거나, 강가에 앉아 수면에 비친 벚꽃과 다리의 불빛을 보며 여유로운 이 시간을 오롯이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 히가시차야가이와 가즈에마치차야가이]

    2. 여름의 가나자와
    가나자와는 에도시대의 도시 풍경이 남아있어, 마치 영화 세트장처럼 느껴지는 장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일 년 내내 전통 의상을 입은 사람들을 많이 볼 수 있는데, 특히 여름에는 유카타 차림의 관광객들이 많아 이곳의 풍경을 더욱 이국적이고 설레게 만듭니다. 유카타 대여는 물론이고, 유카타에 어울리는 머리 세팅까지 해주는 합리적인 가격의 가게가 많이 있으니, 가나자와에 오신다면 하루쯤은 유카타를 입고 색다른 관광을 즐겨보시기를 추천해드립니다.
      
    [사진: 히가시차야가이와 나가마치 무사저택지]

    3. 가을의 가나자와
    여행하기에 좋은 계절이 돌아왔습니다.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단풍 구경을 가야 하죠. 가나자와의 단풍 명소는 먼 곳에 있지 않습니다. 제가 가장 추천하는 단풍 명소는 가나자와 시청 앞 거리인데요, 약 250미터 정도 되는 직선으로 뻗은 도로 양옆에 타는 듯 채도가 높아 쨍한 붉은빛과 오렌지빛으로 물드는 커다란 단풍나무가 늘어서 있습니다. 여기에 심겨 있는 나무들은 미국풍나무라고 하는데, 우리가 자주 접하는 단풍나무에 비해 잎사귀가 훨씬 크기 때문인지 그동안 봐왔던 단풍과는 또 다른 느낌의 화려함으로 눈을 즐겁게 해줍니다.
      
    [사진: 가나자와 시청 앞 거리의 단풍, 겐로쿠엔의 단풍]

    4. 겨울의 가나자와
    겨울의 가나자와에는 미식이 가득하지만, 그중에서도 현지인들이 가장 먼저 떠올리는 대표 겨울 음식으로는 오뎅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오뎅 하면 생선을 갈아 만든 어묵을 뜻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묵뿐만 아니라 계란, 무, 곤약, 두부 등 다양한 재료를 국물에 푹 익혀 먹는 요리명이 오뎅입니다. 날이 추워지면 일본의 편의점에서도 오뎅을 팔 정도로 일본인들의 오뎅 사랑이 대단한데, 오뎅 소비량 일본 1위를 자랑하는 가나자와의 사람들은 누구보다 오뎅을 사랑하고, 또 오뎅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습니다. 오뎅으로 유명한 다른 지역의 오뎅보다 간이 심심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그렇기 때문에 국물까지 마실 수 있는 가나자와의 오뎅은 사케와 먹어도 맥주와 먹어도 잘 어울리는 겨울에 꼭 먹어봐야 할 명물 중 하나입니다.
      
    [사진: 가나자와 오뎅과 초밥]

    또한, 겨울이 되면 기름이 올라 살살 녹는 대방어가 근해에서 잡히기 때문에, 신선한 대방어회를 맛볼 수 있는데, 가나자와 마이몬즈시(金沢まいもん寿司), 모리모리즈시(もりもり寿司), 스시쿠이네와(寿司食いねぇ!) 같은 체인점에서도 부담 없는 가격으로 대방어를 비롯한 수준 높은 생선회와 초밥을 즐길 수 있습니다.

    5. 가나자와에 오면 이곳에는 ! -겐로쿠엔-
    겐로쿠엔은 일본의 3대 명원 중 하나로 꼽히는 정원으로, 국가명승지이자 “미쉐린 그린가이드” 일본판에서 별 2개를 받은 곳이기도 합니다. 가나자와에 와서 겐로쿠엔에 가지 않는 사람은 없을 정도로 대표 명소인 겐로쿠엔을 더욱 특별하게 즐길 수 있는 시기가 있습니다. 바로 일 년에 6번 정도 있는 있는 야간 개원 시기인데요,  야간 개원은 각 계절의 가장 아름다운 기간의 저녁 6시 30분부터 약 2시간가량 이뤄집니다. 가나자와에 언제 방문해야 좋을지 시기를 고민하고 계신 분은, 겐로쿠엔 야간 개장이 이뤄지는 시기에 맞춰 오시면 실패하지 않으실 겁니다.
    [사진: 겐로쿠엔의 라이트업]

    겐로쿠엔을 즐길 수 있는 방법 또 하나는 조조 개원 시간에 방문해 사람 없는 겐로쿠엔을 마치 내 집 앞의 정원인 것처럼 즐기는 것입니다. 계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보통 정식 개원 시간인 7시 이전의 아침 5시~6시 45분 사이가 조조 개원 시간이고, 이때는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하루쯤은 호텔 조식을 신청하지 않고 일찍 나와, 다른 사람이 없는 겐로쿠엔에서 해가 뜨는 것도 보고, 정원을 바라보며 이 지역의 향토요리인 지부니를 조식으로 먹어보시는 것은 어떨까요. 지부니란 오리고기와 제철 야채를 걸쭉하게 조린 달콤한 간장조림인데 이곳의 가장 대표적인 향토요리인 만큼 한번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사진: 겐로쿠엔의 아침, 가나자와의 향토요리인 지부니]

    6.아직도 생각나는 가나자와의 -노도구로메시-
    가나자와에서 먹었던 음식 중 다시 먹고 싶은 음식을 단 하나만 고르라고 한다면 저는 노도구로메시를 꼽고 싶습니다. 노도구로란 입을 벌리면 보이는 목구멍이 까맣기에 그 이름이 노도(목)구로(까맣다)라고 지어진 생선으로, 한국어로는 금태, 눈볼대라고 불리는 고급 어종인데, 이 노도구로를 토치로 그슬어서 밥 위에 얹어 먹는 일종의 솥밥이 노도구로메시입니다. 불향이 나며 기름지고 부드러운 생선과 밥을 적당히 먹고 난 다음에, 노도구로 뼈로 낸 감칠맛 가득한 육수에 밥을 말아 먹으면 입안 가득 행복을 느끼실 수 있습니다. 이타루라고 하는 곳이 노도구로메시로 유명한 가게인데, 오픈 시간에 맞춰서 가지 않으면 아주 아주 오래 줄을 서거나, 조기에 재료가 소진되어 먹지 못할 수 있으니, 시간을 잘 맞춰서 가시길 바랍니다.

     [사진: 이타루(のど黒本舗いたる)의 노도구로메시]
     
    연중 활기가 넘치는 관광도시이지만, 도쿄, 오사카, 교토와 같이 관광객이 너무 많지는 않아 중소도시의 여유를 느낄 수 있는 가나자와. 관광과 휴식 중 어느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으신 분께 저의 어나더스카이 가나자와를 추천해드립니다.

     
    위의 내용은 2022년 가을경에 집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