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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아키타현 다이센시] 변하지 않는 불꽃의 고장
  • 2023-03-10
  • 엄은솔 

    아키타현 다이센시(秋田県大仙市) 2016년 4월 ~ 2019년 4월 CIR

  • [아키타현 다이센시] 변하지 않는 불꽃의 고장
     
    많은 것이 빠르게 변하는 시대입니다. 변하지 않는 것이 귀하게 느껴지는 건 그 때문이겠지요. 다이센시는 변하는 것보다 변하지 않는 것이 많은 도시입니다. 언제 돌아가더라도 항상 같은 모습으로 ‘잘 돌아왔다’며 따뜻하게 맞이해줄 것만 같은 곳, 아름다운 자연과 인정미 넘치는 사람들로 둘러싸여 있는 곳, 그래서 ‘고향’이라는 단어가 잘 어울리는 곳. 요즘 같은 시대에 이런 곳이 남아 있어 주어서 얼마나 고마운 마음이 드는지 모릅니다. 지금부터 저의 ‘제2의 고향’인 아키타현 다이센시의 매력을 소개하겠습니다.
     

    변하지 않는 아름다운 자연
    다이센시는 아키타현 남동부에 위치한 작은 도시입니다. 2005년 오마가리-센보쿠 지역의 8시정촌이 합병해 탄생했습니다. 면적으로만 보면 도쿄 23구보다 넓습니다. 이 넓은 땅에 사는 사람은 겨우 8만 명 정도입니다. 높은 빌딩보다 자연이 더 풍부한 곳이지요. 다이센시의 동쪽으로는 일본에서 가장 긴 산맥인 오우 산맥이, 서쪽으로는 데와 구릉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 사이를 오모노 강이 유유히 흐르고 있습니다. 그리고 아키타현을 대표하는 곡창지대답게 센보쿠 평야가 끝없이 펼쳐져 있습니다.
     
    이처럼 천혜의 자연으로 둘러싸인 다이센시를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요. 바로 오다이 스키장입니다. 아는 사람만 아는 다이센시의 숨은 명소이지요. 오다이 스키장에서 바라본 다이센시는 한 폭의 그림 같습니다. 다이센시라는 도화지에는 계절마다 다른 그림이 채워집니다. 다홍빛 봄과 초록빛 여름, 황금빛 가을을 지나 겨울이 오면 다시 순백의 도화지로 돌아옵니다. 자연이 안겨주는 건 비단 아름다운 풍경만이 아닙니다. 귀중한 먹거리도 선사해주지요.
     
    센보쿠 평야에서 자라는 ‘아키타 고마치’는 아키타를 대표하는 쌀입니다. 쫀득한 찰기와 깊은 감칠맛이 특징입니다. 갓 지었을 때도 맛있지만 차갑게 식었을 때도 맛있어 일본식 주먹밥인 오니기리를 만들 때 많이 사용됩니다. 모름지기 쌀이 맛있는 곳은 술도 맛있게 마련인데요. 다이센시는 일본 동북 지방에서 두 번째로 양조장(酒蔵) 수가 많습니다. 쌀과 맑은 물, 그리고 술을 빚는 장인의 기술로 만들어낸 술은 양조장에 따라 다른 맛을 내기 때문에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답니다. 
     
      
    오다이스키장에서 바라본 다이센시                                     다이센시의 양조장 ‘데와쓰루’ 

    변하지 않는 불꽃놀이
    다이센시의 슬로건은 ‘불꽃의 고장’입니다. 매달 불꽃놀이가 열리기 때문입니다. 많은 불꽃놀이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일본 3대 불꽃축제로 손꼽히는 ‘전국불꽃경기대회 오마가리 불꽃축제’입니다. ‘오마가리 불꽃축제’의 시작은 1910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불꽃축제는 무려 100년 동안 변치 않고 이어져 왔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다이센 시민이라면 아이부터 어른까지 누구나 불꽃에 관한 추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세대를 아우르는 공통된 추억이 있다는 건 정말 근사한 일인 것 같습니다.

      
        전국불꽃경기대회 오마가리 불꽃축제                                             오마가리 불꽃축제 인파             

    오마가리 불꽃축제에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습니다. 먼저 보통의 불꽃축제와 달리 ‘경기’ 형식으로 이루어진다는 점인데요. 매년 전국에서 선발된 28개 사의 불꽃장인이 참가하여 불꽃 기술을 겨룹니다. 이 대회에서 우승하는 업체에는 전국 유수의 불꽃장인 사이에서 우승했다는 명예와 함께 일본 최고 권위상인 ‘내각총리대신상’이 부여됩니다. 또 ‘낮 불꽃놀이’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색다른데요. 낮 불꽃놀이는 빛이 아닌 색깔을 입힌 연기를 이용해 펼쳐집니다. 이런 낮 불꽃놀이를 볼 수 있는 불꽃축제는 일본 전국에서 오마가리 불꽃축제가 유일합니다.

      
                   오마가리역 앞 불꽃 모형                                      불꽃 전통문화 계승 자료관 하나비 뮤지엄   

    ‘불꽃의 고장’답게 다이센시에 곳곳에서는 불꽃과 관련된 모형이나 시설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아키타 신칸센 고마치 호가 지나는 오마가리 역 앞에는 성인 키보다 큰 불꽃탄 모형이 세워져 있습니다. 이곳은 불꽃축제를 찾은 사람들이 ‘인증샷’을 남기는 명소이기도 합니다. 한편, ‘불꽃 전통문화 계승 자료관 하나비 뮤지엄’은 일본과 다이센시의 불꽃놀이 역사를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에서는 불꽃의 제작 과정과 감상 방법을 배울 수 있고, 실제 불꽃놀이를 보고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생생한 불꽃놀이 영상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변하지 않는 한국과의 인연
    아키타현은 과거 유명 드라마인 ‘아이리스’의 촬영지로서 처음 한국 사람들에게 이름을 알렸습니다. 자신이 사는 곳이 외국 드라마의 배경이 되었다는 건 다이센시 사람들에게도 인상 깊은 경험이었던 모양입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면 많은 사람이 ‘아이리스’ 이야기를 꺼내기 때문입니다. 드라마 촬영지 중 하나인 ‘고와쿠비온천 쇼호엔’은 1917년에 지어진 건물입니다. 등록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지만 지금도 온천시설로 사용되고 있어 숙박이 가능합니다. 숙박객 전용 노천탕에서는 수령 380년 이상인 전나무들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나무들을 보면서 기분 좋은 바람을 느끼며 드라마 속 주인공이 되어보는 것도 특별한 경험이 되겠지요.

      
    고와쿠비 온천 쇼호엔                                                          가리와노 큰줄다리기 

    다이센시의 한국과의 인연은 이것뿐만이 아닙니다. 다이센시는 충청남도 당진시와 10여 년간 우호교류를 이어오고 있습니다. 두 지역은 줄다리기를 계기로 교류를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다이센시의 ‘가리와노 큰줄다리기’와 당진시의 ‘기지시 줄다리기’는 모두 500년 이상의 역사를 자랑하는 전통 행사입니다. 지금처럼 왕래가 자유롭지도 않았을 먼 옛날에 양 지역에 비슷한 문화가 있었다는 것이 참 신기합니다. ‘가리와노 큰줄다리기’는 다이센시의 대표적인 대보름(小正月) 행사로 한겨울에 열리는데요. 이 무렵에는 줄다리기 외에도 여러 눈 축제가 함께 진행되어 설국의 겨울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아름다운 불꽃의 고장 다이센시

    이쯤되면 모두 다이센시의 매력이 무엇인지 눈치채셨겠지요. 다이센시는 변하지 않는 것들이 있어 반짝이는 도시입니다. 제가 다이센시를 좋아하는 이유입니다. 매일 빠른 속도로 변해가는 세상 속에서 가끔은 변하지 않는 것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습니다. 잠시 멈추어 서서 쉬었다 가고 싶은 마음이 들 때도 있습니다. 그런 때 언제든 돌아갈 수 있는 고향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든든합니다. 제게는 다이센시가 그런 곳이지요. 부디 저의 ‘제2의 고향’ 다이센시가 앞으로도 오래도록 변치 않고 그 모습 그대로 남아 있어 준다면 좋겠습니다. 
     
    *사진출처 : 다이센시, 다이센시관광물산협회


    위의 내용은 2022년 가을경에 집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