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제가 제트활동을 해온 곳을 설명할 때 이런 과정을 거칩니다. 기리시마시라고 아세요? 들어본 적 없으시다구요... 그럼,가고시마 현은 아시죠? 그 지역 공항이 있는 곳이 기리시마 시입니다! 비록 이렇게 낮은 인지도를 가진 도시이지만, 매력만큼은 어느 지역에도 뒤처지지 않을 만큼 멋진 지역이라 자부하고 있습니다.
가고시마 공항이 위치한 기리시마시는 가고시마의 현관으로써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국립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아름답고 웅장한 자연경관, 일본의 신화를 담고 있는 역사적 장소들, 몸과 마음을 치유해 줄 온천과 먹거리들까지, 그야말로 가고시마의 첫인상을 화려하게 장식해 줄 호텔 로비와 같은 도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연의 도시
기리시마는 화산활동으로 인해 다양한 자연 경관을 만들어내었습니다.
(기리시마 신스이 협곡과 주상절리)
그중 하나로 신스이 협곡과 주상절리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기리시마 신궁 근처에 있는 트레킹 코스로 되어있는 신스이 협곡은 푸릇푸릇한 수목들과 그 사이로 비치는 햇빛을 느끼며 상쾌한 기분으로 산책할 수 있는 코스입니다. 이 코스를 걷다 보면 보이는 주상절리는 자연의 경이로움을 느끼게 해줍니다. 화산활동으로 인한 마그마가 급속도로 식어 마치 누군가가 조각한 것처럼 육각형 기둥의 형태를 띠게 됩니다. 가까이서 보면 위압감이 들 정도로 웅장한 광경입니다. 이 코스를 계속해서 나아가다 보면 청록빛의 계곡이 산책길을 더욱 청량하게 만들어줍니다.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온천수들이 강물에 섞여 청록빛을 만들어내는데요. 이런 계곡물이 폭포나 화산 활동으로 만들어진 지형들과 만나 더욱 신비롭고 아름다운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또한 20개의 화산이 모여 만든 기리시마 연산을 중심으로 기리시마 지질 공원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현재도 활동 중인 활화산인 [신모에다케 산], 일본 천손강림신화의 배경인 [타카치호노미네 산], 기리시마 연산의 최고봉인 [가라쿠니다케 산] 등이 모여있습니다. 화산 활동으로 인해 변화하는 식생과 아름다운 자연 경관들을 마주한 순간, 넋 놓고 바라보게 됩니다.
역사가 깃들어있는 도시
기리시마에는 일본의 신화와 관련된 장소가 많이 있습니다. 그중 가장 대표적인 장소라고 한다면 기리시마 신궁을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기리시마 신궁)
기리시마 신궁은 고사기, 일본서기에 등장하는 아마테라스오미카미의 손자, 니니기노미코토를 모시는 신사입니다. 초대 천황인 진무 천황의 증조부로 알려진 니니기노미코토가 지상으로 강림해, 현지의 공주와 결혼하여 인간의 수명을 갖게 되었다는 전설이 있습니다.
지금 보고 있는 신사는 1715년에 지어진 신사로, 이전에는 6세기경에 지어졌다고 합니다. 다카치호노미네 산 위에 위치해 있었으나 화산 활동으로 인해 소실되었고, 이후 새롭게 지어졌다고 합니다.
기리시마 신궁을 정면으로 바라보면, 마치 산에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는데요. 이는 니니기노미코토가 신에게 제사를 지내고자 산을 오르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해당 방향으로 올라가면 원래 기리시마 신궁이 있던 자리가 있습니다. 그곳에서 더 올라가면 고사기에서 세상을 만들 때 쓴 창으로 알려진 아마노사카호코가 꽃혀있습니다. 이러한 가치를 인정받아 현재는 국보로 지정되었습니다.
기리시마시에는 신궁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가고시마 신궁인데요. 이곳에서도 진무 천황의 선조를 모시고 있다고 합니다. 가고시마의 상징인 사쿠라지마 화산을 바라보듯 설계되어 있으며, 신전 건물은 규슈에서는 가장 크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곳에서 팔고 있는 귀여운 완구들도 있으니 직접 찾아가 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가고시마 신궁에서는 매해 두 개의 축제가 열립니다. 가을(10월)에는 무사들과 신관들이 바다까지 걸어가는 [하야토 하마쿠다리], 봄(2월)에는 방울과 종을 매단 말이 춤을 추며 행진하는 [하츠우마제]가 열려, 많은 사람들이 찾아옵니다.
온천의 도시
규슈의 온천 지역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오이타의 벳푸나 유후인을 생각합니다. 하지만 기리시마시도 그에 못지않은 좋은 온천 도시입니다.
기리시마의 온천이라고 한다면 크게 네 지역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기리시마 온천마을: 기리시마 연산에서 뿜어져 나온 기리시마 온천마을은 다양한 온천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근처에서는 산림 테라피 로드, 마루오다키 폭포, 센조지키 암반계곡 등, 많은 관광 명소가 위치해 있으며, 여관이나 호텔과 같은 숙박시설도 많아 기리시마 관광의 거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기리시마 신궁 온천마을: 기리시마 신궁 주변에 펼쳐진 온천 마을로, 대욕장이 구비되어 있는 호텔이나 풍경을 즐길 수 있는 여관, 민박까지 다양한 온천 설비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묘켄 안라쿠 온천 마을: 예로부터 온천에 온 여관 손님들로 북적이던 온천 마을입니다. 역사적 인물인 사카모토 료마가 아내와 함께 신혼여행을 온 장소로 알려져 있습니다.
히나타야마 온천마을: 가고시마 지역을 다스리던 사쓰마번의 리더였던 사이고 다카모리가 자주 찾아왔다는 온천 마을로, 예로부터 가고시마의 안방으로 유명했습니다. 아모리가와 강기슭에 다양한 온천들이 위치해 있으며, 많은 료칸과 대중탕, 가족탕이 있습니다.
또한 곳곳에 족욕탕이 설치되어 있어 여행하며 지친 발의 피로를 풀어줄 수 있습니다. 이 정도 스케일이면 오이타 못지않은 온천 지역이라 자부할만하죠?
매우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저 또한 기리시마시에서 살기 전까지만 해도 기리시마 시라는 곳을 전혀 모르고 살았습니다. 하지만 3년간 기리시마시에 살면서 느낀 건 아쉬움이었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가볼걸, 조금이라도 더 즐겨볼걸, 이라고 생각하며 모든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에 대한 아쉬움이 지금도 남아있습니다.
언젠가 시간이 된다면, 느껴보지 못했던 기리시마의 매력들과 다시 한번 느껴보고 싶은 경험들을 실컷 즐기고 돌아오고 싶습니다.
이렇게 글을 적다 보니 벌써 가고 싶어지네요. 마침, 서울에서 가고시마까지 가는 직항도 있다고 하니 비행기표를 알아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