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저는 이시카와현 가나자와 시청에서 국제교류원으로 근무했던 이지민입니다. 가나자와는 일본 내에서는 유명한 관광지이지만 한국인에게는 생소한 곳입니다. 저 역시 국제교류원이 되기 전까지는 가나자와의 존재를 몰랐거든요. 하지만 이제 누군가가 “가나자와가 어디예요?”라고 물어오면, 저는 자신 있게 이렇게 답합니다.
“일본에서 가장 예쁜 마을이에요.”
역사와 전통이 살아 숨 쉬는 곳, 가나자와시를 소개합니다.
#1. 가나자와는 어떤 곳인가요?
가나자와는 일본에서도 특히
옛 역사와 문화를 현대까지 온전히 보존하고 있는 도시로 유명합니다. 전쟁이나 자연재해의 피해가 거의 없어, 예스러운 거리 풍경과 역사적 가치가 높은 건축물들이 지금까지도 그대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마에다 가문이 발전시킨 전통공예와 전통예능이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으며, 그만큼
역사와 전통이 사람들의 일상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 있는 도시입니다.
한마디로, 과거와 현재가 조화롭게 공존하는 곳이 바로 가나자와입니다.
#2. 여행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마을
고요하고 한적한 일본의 중소도시 여행을 꿈꾼다면, 가나자와만큼 좋은 곳은 없습니다. 꼭 가보셔야 합니다!
나고야와 함께 근교 여행을 계획하시는 분들, 혹은 요즘 SNS에서 화제였던
시라카와고를 방문하고 싶은 분들께도 강력히 추천드려요. 가나자와와 시라카와고를 함께 여행하면, 일본의 전통과 감성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완벽한 일정이 될 거예요.
또한 가나자와는 주요 관광지가 도심에 밀집해 있어
걸어서 대부분의 명소를 둘러볼 수 있는 도시입니다. 이동에 많은 시간을 쓰지 않고도 천천히 여유로운 여행을 즐길 수 있죠.
지금부터 여러분이 가나자와를 꼭 방문해보고 싶어지도록, 이 도시의 대표적인 명소들을 소개해드릴게요!
겐로쿠엔(兼六園)

일본 3대 정원 중 하나로 꼽히는 겐로쿠엔은 가나자와에서 꼭 가봐야 할 대표적인 명소입니다. ‘겐로쿠엔’이라는 이름은 “
6가지 미덕을 두루 갖춘 정원”이라는 뜻으로, 웅장함・고요함・인공물・물의 흐름・장엄한 전망을 상징합니다.
가나자와성 바로 옆, 도심 한가운데 위치해 있어 접근성이 좋습니다. 예전에는 가나자와를 찾은 관광객 수를 ‘겐로쿠엔 입장객 수’로 집계할 정도로, 가나자와를 대표하는 관광지라 할 수 있습니다.
매년 여름에는 반딧불이 축제도 열리는데, 저 역시 이곳에서 인생 처음으로 반딧불이를 봤습니다. 밤의 겐로쿠엔은 낮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으니, 시간이 된다면 꼭 야간에도 방문해 보시길 추천드려요.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

가나자와 중심부 한가운데, 마치 UFO가 착륙한 듯한 원형의 건물이 눈에 띄는데요, 그곳이 바로 가나자와 21세기 미술관입니다. 이곳은 관람객이 작품에
직접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현대미술관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모두 즐길 수 있는 공간입니다.
제가 근무하던 시청 바로 옆에 있어서 점심시간마다 자주 들렀던 곳이기도 합니다. 무료 전시도 많아, 짧은 시간에 다양한 예술을 접할 수 있었어요.
특히 제가 가장 좋아했던 작품은 제임스 터렐의 ‘Blue Planet Sky’라는 공간입니다. 천장 중앙이 사각형으로 뚫려 있어, 하늘의 색이 시간에 따라 변하는 모습을 그대로 감상할 수 있죠.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나 마음을 정리하고 싶을 때, 저는 종종 그곳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히가시 찻집 거리(ひがし茶屋街)

‘히가시 찻집 거리’는 에도시대의 정취가 고스란히 남아 있는 가나자와의 대표적인 전통 거리입니다. ‘찻집(茶屋)’은 에도시대부터 게이샤들이 귀족과 상인을 접대하던 전통 유흥 장소였는데, 1820년대에 시내에 흩어져 있던 찻집들이 이 지역으로 옮겨오면서 형성되었습니다.
현재는 전통적인 외관을 그대로 유지한 찻집, 카페, 기념품점들이 늘어서 있으며, 골목을 따라 걷는 것만으로도 시간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이 듭니다. 기모노를 대여해 사진을 찍는 여행객들도 많아, 가나자와에서 가장 ‘
일본스러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오미초시장(近江町市場)

여행에서 시장 구경은 빼놓을 수 없죠.
가나자와의 오미초시장은 3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전통 수산시장으로, 지역 주민과 관광객 모두에게 사랑받는 곳입니다.
에도시대부터 이어져 온 이 시장에는 170개 이상의 점포가 모여 있으며, 근해에서 잡은 신선한 해산물과 지역 농산물을 판매합니다. 특히 ‘카이센동(해산물 덮밥)’을 맛보려면 오미초시장이 정답입니다!
다만 관광지답게 물가가 조금 높은 편이라, 저는 현지에 살 때 장을 보러 간 적은 한 번도 없습니다. 😄
하지만 여행자로서 한 끼 식사를 즐기기엔 충분히 가치 있는 장소예요. 활기찬 시장의 분위기 자체가 여행의 즐거움이 됩니다.
[여행 시 주의사항]
가나자와에 오시는 분들이 종종 “여기 교토 같다!”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하지만 그 말을 가나자와 시민 앞에서 꺼내는 건 금물!⚠️
물론 가나자와는 일본의 전통적인 정취가 살아 있는 도시이지만, “교토의 아류”처럼 여겨지는 건 현지인들에게 조금 억울한 일입니다. 교토는 교토만의 매력이, 가나자와는 가나자와만의 개성과 역사가 있거든요.
사실 저도 처음 가나자와에 도착했을 때, 마중 나오신 담당자분께
“와~ 정말 예쁘네요! 교토 같아요!”라고 말했다가, 웃으며 이렇게 들었습니다.
“가나자와 사람한테는 그렇게 말하면 안 돼요~”
물론 그날 이후, 가나자와에서 지내며 저는 확실히 느꼈습니다.
가나자와는 다른 어떤 도시와도 비교할 수 없는 곳이라는 걸요.
#3. 마치며
가나자와에서 국제교류원으로 보낸 지난 2년은 제 인생에서 둘도 없이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비 오는 날도, 눈 내리는 날도 늘 눈부시게 아름다웠던 가나자와—이 도시의 매력을 더 많은 분들이 직접 경험해보셨으면 합니다.
가나자와 여행의 또 다른 묘미는, 다른 대도시들에 비해 프랜차이즈 매장이 적다는 점입니다. 대신 지역 주민이 직접 운영하는 작고 아늑한 로컬 맛집들이 곳곳에 숨어 있습니다. 음식 여행을 좋아하지만, 체인점이 줄지어 있는 도시가 다소 지루하게 느껴진다면, 가나자와가 분명 특별한 경험을 선사할 것입니다.
많은 한국분들이 도쿄, 오사카, 후쿠오카, 삿포로 등 대도시 위주로 여행을 떠나시지만, 가끔은 일본의 소도시로 발걸음을 옮겨보는 건 어떨까요? 가나자와에서는 지금까지의 일본 여행과는 다른 새로운 감각을 느끼실 수 있을 거예요.
사계절 내내 각기 다른 아름다움을 지닌 이 도시를, 저만 알고 있기엔 너무 아깝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