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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후쿠오카현] 후쿠오카 한번 훑고 올까?: 미식과 소도시 힐링 여행
  • 2025-03-27
  • 송서연

    후쿠오카현 2019년 4월 ~ 2024년 4월 CIR

  • 후쿠오카 한번 훑고 올까?: 미식과 소도시 힐링 여행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한국인들이 많이 찾는 도시로 도쿄, 오사카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후쿠오카는 일본 규슈 지방의 관문으로, 한국과 지리상 가장 가까운 일본의 대도시입니다. 활기 넘치는 도심과 풍부한 자연, 그리고 다채로운 음식으로 전 세계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곳이며, 세계적인 가이드북 론리플래닛이 발표한 ‘Best in Travel 2023’의 음식 부문에 선정된 미식의 도시이기도 합니다. 음식 부문에 선정된 것은 일본 도시들 중 유일한데요. 그만큼 미식에 대한 자부심도 대단합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하는 후쿠오카의 소도시 여행, 한번 떠나 보시겠어요?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사진제공: 후쿠오카시)

     먼저, 활발한 미식 문화가 꽃피운 후쿠오카에서 반드시 먹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저는 첫 번째로 모츠나베를 꼽겠습니다. 후쿠오카의 겨울철 대표 요리인 모츠나베는 된장 혹은 간장 베이스의 국물에 양배추, 부추, 파와 같은 신선한 야채와 곱창, 두부 등을 넣고 끓인 음식입니다. 탱글탱글한 식감의 곱창과 국물이 진하게 밴 야채를 먼저 먹고, 남은 국물에 우동, 짬뽕면을 넣어 먹거나 죽으로 만들어 먹으면 완벽한 한 끼 식사가 되지요. 국물 그 자체의 맛을 즐겨도 좋지만, 규슈 지역의 특산품 중 하나인 ‘유즈코쇼(유자후추)’를 곁들여 먹으면 한층 더 풍미가 살아납니다.
     모츠나베는 한국인들에게도 인기가 많은 음식으로, 맵고 자극적인 것을 좋아하는 한국인의 입맛을 사로잡기 위해 고추의 매운맛과 된장의 깊은 맛이 어우러진 아카카라(빨간 국물) 메뉴를 선보이는 모츠나베 전문점도 많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나날이 기온이 떨어지고 있는 지금, 저는 빨간 아카카라 국물에 넣어 먹는 짬뽕면이 생각나는데요. 여러분은 어떠신가요? 간장과 된장, 그리고 면과 죽, 어느 쪽을 선호하시나요?

    (개인적인) 추천 가게
    니쿠가이치방(肉が一番) 1 Chome-5-10 Takasago, Chuo Ward, Fukuoka, 810-0011
    - 모츠나베를 시작으로 많은 고기 요리를 제공. 모츠나베의 훌륭한 볼륨과 맛이 일품
    마에다야(前田屋) 2 Chome-9-20 Hakataekihigashi, Hakata Ward, Fukuoka, 812-0013
    - 관광객도 현지인도 즐겨 찾는 아카카라 모츠나베 맛집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다음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멘타이코입니다. 멘타이코는 후쿠오카의 대표적인 명물로, 멘타이코를 빼놓고 후쿠오카를 논할 수 없습니다. 한국의 명란젓에서 유래한 멘타이코는, 그 이름도 명태의 한국식 한자인 明太를 그대로 쓰고 멘타이라고 읽습니다. 거기에 알(자식)을 뜻하는 ‘子(코)’를 붙인 것이지요. 원래 한자 ‘明’의 일본식 음독은 ‘メイ(메이)’ 아니면 ‘ミョウ(묘)’인데, ‘メン(멘)’으로 읽는 것은 근대 한국어의 동남 방언에서 유래한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멘타이코는 어떻게 일본으로 전해졌을까요? 부산에서 태어난 가와하라 도시오라는 인물이 광복 이후 일본으로 돌아가 부산에서 먹던 명란젓의 맛을 잊지 못해 직접 담가 먹기에 이르렀고, 이후 일본인의 입맛에 맞게 조리법을 조정하여 상품화한 것이 바로 ‘가라시멘타이코(辛子明太子)’입니다. 그는 일본 최대 멘타이코 기업으로 알려진 ‘후쿠야’의 창업자이기도 하며, 이런 그의 일대기를 그린 ‘멘타이피리리’라는 드라마도 있으니, 궁금하신 분은 찾아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한국에 뿌리를 두고 있지만, 오히려 일본에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멘타이코는 현재 명란 파스타, 명란 바게트, 명란 마요, 명란 덮밥, 명란 오니기리 등 다양한 형태로 소비되고 있으며, 이러한 메뉴들이 역으로 한국에 들어오고 있습니다. 이처럼 멘타이코를 사용한 많은 창작 요리가 있지만, 그저 흰 쌀밥에 들기름을 뿌린 멘타이코만 있어도 밥이 술술 넘어가는 밥도둑입니다.

    (개인적인) 추천 가게
    후쿠타로카페(福太郎café) 1 Chome-1-1 Gojikkawa, Minami Ward, Fukuoka, 815-0001
    - 멘타이코정식을 포함해 명란바게트, 명란센베(멘베) 등을 파는 멘타이코의 성지
    쇼보안(椒房庵) 812-0012 Fukuoka, Hakata Ward, Hakataekichuogai, 1−1 9F
    - 색다른 멘타이코 요리가 먹고 싶다면 명란과 도미를 밥 위에 얹어 먹는 쇼보안의 ‘멘타이마부시(めん鯛まぶし)’를 추천! 계란말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후쿠오카시)

     마지막으로 소개하고 싶은 것은 하카타라멘입니다. 하카타라멘은 돈코츠라멘으로 대표되는데요. 돼지 뼈를 우려 육수를 내는 돈코츠라멘은 그 특유의 냄새 때문에 호불호가 갈리기도 하지만, 진한 육수와 구수한 맛에 사로잡힌 라멘 마니아들은 계속해서 더 진한 돈코츠라멘을 찾아 하카타의 거리를 탐방합니다. 냄새와 느끼함을 잡기 위해 닭 육수를 섞거나 후추와 마늘, 양념장 등을 제공하는 가게들도 있으니, 돈코츠라멘 초심자분들은 조금씩 단계를 높여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하카타라멘 하면 가에다마를 빼놓을 수 없는데요. 가에다마는 라면 사리를 추가하는 것으로, 이러한 시스템의 시초가 후쿠오카의 나가하마라멘이라고 알려져 있을 만큼 하카타라멘에 있어 가에다마는 거의 필수적입니다. 실제로 후쿠오카의 라멘집에서 라멘을 먹다 보면 여기저기서 가에다마를 추가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한편, 가에다마를 주문할 때나 맨 처음 라멘을 주문할 때 모두 면의 익힘 정도를 선택할 수 있는데요. 하카타라멘을 즐기는 사람들은 주로 ‘바리카타(バリカタ)’를 주문합니다. 이는 매우(バリ) 단단하다는 하카타 방언으로, ‘가타멘’ 보다도 더 단단한 면입니다. 면을 삶는 시간도 15~20초밖에 되지 않는다고 하니 ‘보통면’을 45~70초 정도를 삶는 것에 비하면 눈에 띄게 짧은 시간이지요.

    (개인적인) 추천 가게
    Shin Shin 3 Chome-2-19 Tenjin, Chuo Ward, Fukuoka, 810-0001
    - 닭 육수가 섞여 있기 때문에 돈코츠라멘이 익숙하지 않은 초심자에게 추천
    나가하마케(元祖ラーメン長浜家) 10-242 Kamikawabatamachi, Hakata Ward, Fukuoka, 812-0026
    - 한국의 사리곰탕면이 떠오르는 친숙한 맛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채웠다면 다음으로 후쿠오카의 소도시를 여행해 보는 것은 어떨까요? 후쿠오카를 방문하는 여행자들은 주로 덴진과 하카타 같은 도심에 머무르지만, 번화한 도심에서 조금만 발길을 옮기면 소박하고 매력적인 소도시가 여행의 깊이를 더해줍니다. 인스타 감성을 느낄 수 있는 소도시가 많지만, 그중 제가 소개하고 싶은 곳은 이토시마, 기타큐슈와 야나가와입니다.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먼저 후쿠오카 중심부에서 차로 약 30분 거리에 위치한 이토시마는 아름다운 해안선과 독특한 예술 감각으로 가득한 작은 마을입니다. 특히 사쿠라이 후타미가우라 해변에서 볼 수 있는 바다 위의 새하얀 도리이와 부부 바위가 유명한 관광 스팟인데, 그곳에서 조금만 걷다 보면 이국적인 상점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일본의 정취와 마치 외국에 있는 듯한 분위기가 어우러진 독특한 곳이지요.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여름의 이토시마는 바다뿐만 아니라 계곡도 훌륭한 관광 스팟입니다. 시라이토노타키의 시원한 폭포 앞에서 사진을 찍고 직접 낚시한 산천어를 구워 먹어 보세요. 낚시에 흥미가 없다면 반으로 자른 대나무에 흘려보낸 얇은 소면을 젓가락으로 잡아 쓰유에 적셔 먹는 소멘나가시를 할 수도 있습니다.
     이토시마를 만끽하기 위해서는 렌트를 하면 가장 좋겠지만, 버스가 다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다녀올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리더라도 하루 동안 도심에서 벗어나 느긋하게 여행하기에 나쁘지 않은 선택입니다.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다음으로 소개할 기타큐슈는 후쿠오카 북부에 위치한 도시로 역사와 현대 문화가 절묘하게 조화를 이루는 곳입니다. 특히 모지코 레트로 지역은 기타큐슈의 대표적인 관광지로, 메이지 시대와 다이쇼 시대의 서양식 건축물이 즐비해 사진 촬영 명소로도 유명합니다.
     
    (사진제공: 후쿠오카시)                 
     
     또한 기타큐슈 야하타니시구에 있는 가와치후지엔은 CNN이 선정한 일본에서 가장 아름다운 장소 31선 중 하나입니다. 계절마다 아름답게 피어나는 꽃들로 유명하며 특히 100m에 달하는 봄의 보랏빛 등나무 터널은 마치 동화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경험을 선사합니다. 가을에는 약 700그루의 단풍이 절경을 이루는데, 후쿠오카는 여름이 길고 가을이 늦게 찾아오기 때문에 단풍 터널을 보기 좋은 시기는 11월 중순부터 12월 초순입니다. 1년에 단 두 번, 봄과 가을에 가와치후지엔이 선사하는 아름다운 풍경 속으로 들어가 보세요!

    (사진제공: 후쿠오카 관광연맹)
     
     마지막으로 후쿠오카 남부의 유구한 역사를 가진 작은 수향마을인 야나가와에서는 사계절 내내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거리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봄에는 등나무꽃 축제가 열리고, 여름에는 야나가와히마와리엔에서 부지를 가득 메운 해바라기 속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습니다. 또, 가을에는 연등과 함께, 겨울에는 고타츠와 함께 나룻배를 타고 강을 건널 수도 있습니다. 나룻배로 강을 건너는 ‘가와쿠다리’는 사계절 내내 체험이 가능하지만, 겨울에는 특별히 고타츠를 나룻배에 설치한다는 점이 흥미롭습니다. 또한 야나가와는 장어 요리로도 유명한데요. 뱃놀이가 끝난 후 먹는 장어덮밥은 단언컨대 최고입니다. 다가오는 겨울, 야나가와의 고타츠 나룻배와 장어 덮밥을 즐겨 보시는 건 어떠신가요?
     
     오늘은 이렇게 세 가지의 음식과 세 군데의 관광지를 여러분께 소개해 드렸는데요. 저에게 후쿠오카에서 국제교류원으로 일한 5년이라는 시간은, 후쿠오카의 매력을 발견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제게 제2의 고향과도 같은 곳인데, 종종 ‘후쿠오카는 볼 것도 한정되어 있고 딱히 할 게 많지 않다’는 이야기를 들으면 괜히 속상한 기분이 들기도 했습니다. 후쿠오카의 모든 매력을 설명하기에는 부족한 글이지만 이 글을 통해 많은 분들이 후쿠오카의 진정한 매력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