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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오이타현분고오노시] 분고오노의 숨겨진 보물을 찾아서
  • 2025-03-27
  • 박새미나

    오이타현분고오노시 2016년 4월 ~ 2021년 4월 CIR


  •  분고오노시가 위치한 오이타 현은 벳푸, 유후인 등 온천 마을로 한국에도 알려져 있는 지역으로, ‘일본 제일의 온천현 오이타’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우고 있지만 아쉽게도 분고오노시에는 온천이 없습니다. 혹시 ‘분고오노시’에 대해서 들어보신 적이 있을까요? 추측건대 대부분의 분들께는 꽤나 생소한 지역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글을 읽고 나신 후에는, 많은 사람들에게는 알려지지 않은 분고오노시만의 보물을 발견하게 되실 겁니다!
     
    하라지리노타키 폭포 : 봄바람에 흔들리는 튤립의 물결
                       

     분고오노시 하면 빼놓을 수 없는 곳이 ‘하라지리노타키’ 폭포입니다. 제가 분고오노시에 와서 가장 처음 간 명소가 바로 이 폭포인데요, 넓은 평야 한가운데에 갑자기 나타난 커다란 폭포에 압도당한 기억이 생생합니다. 친구가 분고오노시에 놀러 오면 가장 먼저 소개하는 곳이기도 해서 5년 동안 셀 수도 없이 가본 곳이지만, 이 폭포가 가장 아름다운 계절은 봄이라고 생각합니다. 매년 봄 하라지리노타키 일대는 알록달록한 튤립으로 둘러싸이는데요, 130종류 28만 구의 튤립이 펼쳐진 모습이 정말 장관입니다. 튤립 페스티벌 시기가 끝나면 이 일대는 논, 밭으로 변하기 때문에 오직 봄에만 볼 수 있는 풍경이기도 합니다.

     튤립철이 아니더라도 물론 이곳은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입니다! 폭 120m, 높이 20m의 거대한 폭포에서 떨어지는 폭포수는 마치 폭포 주변이 자연의 커다란 무대를 연상시키게 합니다. 폭포 맞은편으로는 공중에서 폭포를 감상할 수 있는 다리가 있어서 사방에서 폭포를 크게 한 바퀴 둘러볼 수 있습니다.

                      

     폭포 맞은편에 있는 작은 젤라또 집(Gelatoya Milk Farm Frushou)은 하라지리노타키의 필수 코스로 관광객은 물론 이 지역 주민들에게도 사랑받는 곳입니다. 철마다 다른 맛의 수제 젤라또를 맛보며 시원한 폭포를 감상하시는 것도 추천드립니다.

     하라지리노타키 주변으로 펼쳐진 평야에는 논밭이 펼쳐져 있는데요, 폭포에서 멀지 않은 곳에 이곳에서 자란 쌀을 활용하여 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습니다. 제가 추천하는 곳은 ‘다카키야(鷹来屋)’로, 양조장 맞은편에는 ‘Takakiya Garden SASARA’라는 예쁜 카페가 있어서 양조장만의 발효 음식 메뉴와 간단한 시음을 즐길 수 있습니다. 물론 술 구매도 가능하고요!
     
    후코지 절 : 더운 여름의 고요한 쉼터
                      

     후코지 절은 거대한 마애불과 수국으로 유명한 절입니다. 절벽에 새겨진 마애불은 가까이에서 보면 한눈에 들어오지 않을 정도인데요, 높이가 11.3m로 일본 최대급 크기를 자랑하는 불상입니다. 오이타 현은 약 9만 년 전에 일어난 아소산 대분화의 영향으로 지층이 부드러워 유독 마애불이 많이 남아있다고 합니다. 후코지 절의 마애불은 그보다 더욱 오래된 약 12만 년 전의 화쇄류에 새겨진 불상입니다.

     불상 오른쪽으로는 동그란 동굴 같은 형태가 눈에 띄는데요, 절 밑으로 이어진 산책로를 따라가면 저절로 이 동굴로 길이 이어지게 됩니다. 가파른 절벽에 만들어진 동굴 무대에서는 후코지 절에 펼쳐진 수국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습니다. 분지 같은 형태로 산에 둘러싸인 후코지 절은 ‘수국절’이라고 불릴 만큼 수국이 유명한 곳으로, 매년 6월 중순이면 약 2000그루의 수국이 절 일대를 물들입니다. 규슈의 여름은 혹독하지만 후코지 절의 수국을 보면 왠지 모르게 이 힘든 여름도 청량하게 느껴지곤 합니다.
     
    유자쿠 공원 : 가을빛에 물든 단풍의 춤
                      
                

     유자쿠 공원은 하라지리노타키 폭포에 이어 제가 분고오노시에서 두 번째로 좋아하는 장소입니다. 연못을 둘러싸고 있는 아름다운 단풍을 보기 위해 매년 가을마다 꼭 방문하던 곳으로, 11월에 열리는 단풍 축제 기간에는 라이트업을 진행하여서 어두워진 밤에 붉게 물든 단풍을 더욱 선명히 감상할 수 있습니다. 축제 기간 중에는 연못 위에 작은 무대를 설치하여서 요카구라를 관람할 수 있는데요, 일본의 문화를 더욱 가까이에서 즐길 수 있는 특별한 이벤트가 될 것 같아 가을 여행지로 꼭 추천하는 곳입니다.

     마침 본 원고를 작성하고 있는 지금도 유자쿠 공원에서는 한참 단풍 축제가 열리고 있답니다. 사진을 보니 축제를 보러 갔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것 같습니다. 규슈는 일본에서는 따뜻한 지역에 속하지만 해가 진 후 산속 공원은 꽤 쌀쌀하니 두꺼운 외투를 꼭 챙겨가시길 바랍니다!
     
    규슈 올레 오쿠분고 코스 : 걸어서 즐기는 분고오노-다케타
                      

     JR 아사지역에서 출발해서 옆 지역인 다케타시에서 끝나는 규슈 올레 오쿠분고 코스는 일본의 시골 마을과 역사적인 흔적, 온천까지 다양한 일본의 풍경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구성되어 있는 11.8km 거리의 중급 코스입니다. 위에서 소개해 드린 유자쿠 공원, 후코지 절을 거쳐 가는 코스이기 때문에 트레킹을 좋아하시는 분은 물론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여행을 하고 싶은 뚜벅이 여행객에게도 추천드립니다.

     개인적으로는 두 번째로 걸어보는 올레길이었는데요, 난이도는 무난했지만 다케타시에 들어서서 오카성으로 올라가는 오르막길 코스에서 가장 체력 소모가 컸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오카성을 지나면 이후로는 내리막길이 이어지고, 종점인 분고다케타역 인근에는 온천(다케타 온천 하나미즈키)도 있기 때문에 걸으며 흘린 땀을 씻어내기에 딱 좋은 코스랍니다. 하나미즈키 앞에서는 구마모토행 고속버스도 탈 수 있기 때문에 여행 코스를 짜기에도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분고오노시에서 제가 애정하던 카페 2곳을 소개하며 마치겠습니다.

    숲속 카페 유루리(森のカフェゆるり)
                      

     분고오노시에서 가장 자주 방문했던 카페인 숲속 카페 유루리는 매주 바뀌는 런치 플레이트가 매력적인 곳입니다. 요리부터 디저트, 잼, 드레싱, 빵까지 모두 손수 만들기 때문에 정성이 가득한 한 상을 맛볼 수 있으며, 조용하고 편안한 분위기로 혼자서 시간을 보내기에도 참 좋은 카페입니다.
     
    cafe Green Brown
                      
     유루리에서는 점심 식사를 추천한다면 그린 브라운에서는 디저트로 파르페를 추천합니다. 한 번쯤은 달달한 디저트를 양껏 먹고 싶다고 생각한 적이 있지 않으신가요? 그린 브라운 파르페는 아이스크림, 과일, 푸딩, 케이크 등 다양한 디저트를 한 번에 맛볼 수 있어서 보기에도 좋고 맛도 좋은 디저트입니다. 딸기, 복숭아, 밤 등 계절에 맞는 재료가 올라간 기간 한정 파르페도 있어서 이 또한 그린 브라운에 가는 즐거움 중 하나였습니다.
     
     여기까지 제가 좋아하는 분고오노시의 다양한 모습을 소개해 드렸습니다. 벳푸, 유후인 등 오이타 현의 온천 마을은 이제 한국에서도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는데요, 여기에서 조금 더 딥하고 다른 사람들에게는 잘 알려지지 않은 일본의 모습을 맛보고 싶다면 분고오노시에 꼭 한번 방문해 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