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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구마모토시〕규슈의 배꼽! 팔방미인 도시 구마모토
  • 2023-03-10
  • 이영수

    구마모토현 구마모토시(熊本県熊本市) 2016년 4월 ~ 2022년 4월 CIR

  • 〔구마모토시규슈의 배꼽! 팔방미인 도시 구마모토

    구마모토의 인지도를 올리는데 한몫하고 있는 글로벌급 인기 캐릭터 구마몬. 활발한 활동에 걸맞은 다양한 주제곡도 가지고 있는데요. 그중 하나인 ‘구마몬 체조’는 이런 가사로 시작합니다. “규슈의 배꼽~ 구마모토~ 배꼽 위로 딱 붙어 달리는 신칸센~♪”

    맞습니다! 규슈의 거의 한가운데에 위치한 구마모토! 구마모토성, 아소산, 구로카와 온천 등의 관광 명소로 잘 알려진 지역이죠. 그중에서도 제가 근무했던 구마모토시는 구마모토현청이 소재하는 이 지역의 중심도시이자, 한국의 광역시에 해당하는 정령지정도시로 천혜의 자연환경과 400년 구마모토성으로 대표되는 유서 깊은 역사, 활기 넘치는 시가지와 애향심 넘치는 사람들, 적극적인 도시경관 조성과 인프라 구축으로 내일이 더욱 기대되는 그야말로 ‘팔방미인 도시’랍니다!

    제 인생에서 가장 오랜 기간 머물렀던 ‘어나더 스카이’이기도 한 구마모토 지역을 제가 속해 있었던 구마모토시를 중심으로 여러분께 소개할게요.
      
                        구마모토성과 노면전차                                 맑은 날에 보이는 아소산 분화구의 연기 (시청 전망로비)

    사통팔달 규슈 교통의 중심지
    구마모토는 ‘규슈의 배꼽’이란 표현처럼 접근성이 아주 좋은 곳입니다. 2011년 규슈 신칸센의 완전 개통으로 후쿠오카까지는 33분, 가고시마까지는 최단 44분이면 갈 수 있어 일상생활뿐만 아니라 관광객의 이동도 매우 편리해졌죠. 규슈 각 지역과도 사통팔달한 지리적 이점에 더해 일본 최대급 규모의 종합버스터미널도 갖추고 있어 북큐슈와 남큐슈의 다양한 관광지로 이동하기도 좋답니다. 또, 동쪽으로는 아소, 서쪽으로는 아마쿠사 바다가 펼쳐진 구마모토의 주요 관광지도 1시간 남짓이면 갈 수 있는 것도 매력이죠.

    한국에서는 후쿠오카를 통해 신칸센으로 1시간 이내, 또는 버스로 2시간이면 도착할 수 있습니다. 현재는 코로나로 운항을 멈춘 서울 직항편 등이 재개되면, 2023년 봄에는 전면 새 단장을 마치고 한층 쾌적해진 아소구마모토 공항에서 구마모토 시내까지 한 시간 이내면 도착할 수 있어 더욱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게 된답니다!
      
    사계절 아름다운 아소산                                                    아마쿠사 돌고래 탐사선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발전해 온 도시
    구마모토시는 도심의 축으로 우뚝 서 있는 구마모토성을 중심으로 번성해 온 도시입니다. 지면 부근에서는 완만한 경사를 이루다 위쪽으로 갈수록 직선에 가깝게 휘어져 무사를 돌려보낸다는 뜻의 ‘무샤가에시’라 불리는 구마모토성 특유의 석축 모양과 그 규모는 400년 넘게 구마모토를 대표하는 상징이죠. 2016년의 구마모토 지진 피해 후 성터 전 구역에 걸쳐 20년이란 복구 기간을 내다보고 있지만, 복구가 완료된 천수각을 포함해 특별 관람 루트로 복구 모습을 지켜볼 수 있으며 복구 공정에 따라 공개 범위도 넓어지고 있답니다. 세월이 더 흐르면 현재의 모습은 역사 속으로 저물겠죠. ‘지금밖에 볼 수 없는 구마모토성의 한 페이지’로 발걸음을 옮겨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구마모토성 (시청 전망로비)                                    은행나무성이라고도 불리는 구마모토성의 가을     

    성 주변의 후루마치(古町)와 신마치(新町) 지구를 걷다 보면 고민가를 활용한 카페나 근대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건축물들 사이로 조카마치 (城下町) 특유의 정취를 느낄 수 있는데요. 그 거리를 조금만 벗어나면 이내 서일본 최대급 아케이드 상점가가 펼쳐진 최대 번화가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정경들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는 100여 년 역사의 노면전차 또한 관광객에겐 레트로 감성을 자극하는 볼거리랍니다. JR 역을 중심으로 번화가가 조성된 많은 지방 도시들과는 다소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점도 이러한 분위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한편, 도심에서 노면전차로 약 20분 떨어진 구마모토역도 역사 주변 환경 정비에 들어가 2020년에는 유명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구마모토성 특유의 ‘무샤가에시’ 성벽 모양의 외관으로 탈바꿈하고 다양한 상업 시설과 편의 시설, 이벤트 공간이 역 광장에 조성되어 관문 역할에만 머무르던 예전 모습에서 완전히 탈피해 구마모토 여행의 필수 코스로 등극했답니다.
      
                          활기 넘치는 도리초스지                           구마모토성의 무샤가에시 성벽 모양으로 새 단장한 구마모토역 
     
    수도꼭지를 틀면 천연 미네랄워터가 콸콸 쏟아지는물의 도시
    활화산이 숨 쉬는 세계지오파크 아소의 대자연을 품고 있는 구마모토현 지방을 일컬어 불의 고장이라 한다면, 그 대자연의 지형적 혜택으로 깨끗한 지하수가 넘쳐나는 구마모토시를 ‘물의 도시’라 부른답니다.

    아소산의 분화로 형성된 구마모토 지방의 지층은 틈새가 많아 빗물이 침투하기 쉬운 특징이 있는데요. 아소산에 흘러내린 빗물은 대지 곳곳의 지층으로 스며들어 약 20년에 걸쳐 구마모토 시내에 도달합니다. 그동안에 미네랄 성분이 녹아들어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천연수가 탄생하는 거죠. 전국 평균보다 높은 강수량과 이미 420년여 전에 당시 영주였던 가토 기요마사가 조성한 치수 사업 등의 논 개발도 풍부한 지하수 생성에 한 몫 거들었다고 합니다.

    이러한 혜택은 주민들께 그대로 돌아가 무려 74만 인구 전 세대에 수돗물 100%를 천연지하수로 공급하고 있답니다! 인구 50만 이상의 도시 중에선 일본에서 유일하며 전 세계를 통틀어서도 드물다고 합니다. 문자 그대로 ‘물의 도시’! 천연 지하수의 도시답죠?

    이처럼 ‘수도꼭지를 틀면 천연미네랄워터가 콸콸’ 쏟아지는 환경! 구마모토에선 마시는 물뿐만 아니라, 요리나 목욕 등 일상의 모든 것을 미네랄 워터로 가능한 호사스러운 체험을 할 수가 있습니다.
      
                            스이젠지 공원                                                   구마모토 시민의 쉼터, 에즈코 호수           

    천혜의 환경에서 자란 농산물로 만든 구마모토의
    이렇듯 맑은 지하수와 천혜의 자연환경은 쌀, 채소, 과일, 꽃, 낙농업 등의 천국을 만들어냈지요. 그 생산액은 정령지정도시 및 전국 지자체를 통틀어서도 상위를 차지하는데요. 특히 구마모토산 수박, 토마토, 딸기 멜론, 가지, 귤 등은 전국적으로도 브랜드 가치가 높은 특산품입니다.

    향토요리로는 육회를 비롯해 다양한 조리법으로 즐기는 말고기, 호소카와 영주의 보양식으로 탄생했다는 겨자를 채워 넣은 연근 튀김 ‘가라시렌콘’, 데친 파를 돌돌 말아 겨자 소스와 곁들여 먹는 ‘히토모지 구루구루’, 마늘 칩과 마늘 기름을 곁들여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는 ‘구마모토 라멘’, 대만에서 유래해 향토 요리로 자리 잡은 ‘타이피엔’ 등을 가장 먼저 들 수 있는데요. 말고기와 가라시렌콘, 히토모지 구루구루 등은 꼭 전문점을 찾지 않더라도 이자카야 등에서 향토요리 세트 메뉴로 간단히 즐길 수 있습니다.

    이외에도, 퓨전&창작 요리가 유난히 많은 것도 특징! 어디서 무엇을 먹든 깨끗한 물과 그 물을 먹고 자란 식재료로 만든 구마모토 음식은 실망하지 않는 퀄리티를 보여줘 여행의 만족도를 한층 높여 준답니다.
        
       가라시렌콘                                 말육회 등 향토요리 세트                                   타이피엔     

    근대 문학 거성의 발자취를 느낄 있는
    에도 시대부터 메이지 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구마모토는 규슈 최대 도시로 번성하며 신문물이 한발 앞서 들어온 곳. 덕분에 의학, 교육, 문학 등 다양한 분야 선구자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특히,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두 명의 일본 출신 작가보다 오히려 더 알려진 작가 ‘나쓰메 소세키’와도 인연이 깊은 곳인데요. 도쿄 출신인 나쓰메는 구마모토대학 전신인 제5고교에 영어 교사로 부임한 4년 3개월 동안 수많은 하이쿠와 소설 풀베게 등의 작품을 남겼습니다. 특히, 4년여의 세월 동안 여섯 차례나 거처를 옮기며 살았다는 일화는 유명한데요. 그중에서도 다섯 번째 집이었던 우치쓰보이 옛집에서 최장기간인 1년 8개월을 기거하는 동안 장녀가 태어났고, 훗날 그의 부인이 가장 애착이 가는 집이었다고 회상한 바 있습니다.

    우치쓰보이 옛집은 제가 살던 집과도 매우 가까워 구마모토성 산책을 나설 때면 기웃거려보던 곳이었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구마모토에 온 다음 날 일어났던 큰 지진으로 피해를 보아 내내 휴관 상태였기에 한 번도 내부를 보지는 못했지만, 장녀가 태어났을 때 썼다는 우물터와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나쓰메의 밀랍 인형 등이 한 시대를 풍미한 근대 문학작가의 발자취를 느끼게 해주었습니다. 이곳 외에도 옛 거처의 다수가 기념관으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의 우치쓰보이 옛집                                                풀베개 길 (긴포잔 산)      

    일상이 여행이 나의 어나더 스카이
    제가 살았던 ‘구마모토 우리 동네’는 구마모토성을 휘감듯 흐르고 있는 쓰보이강 상류 쪽, ‘쓰보이(坪井)’라는 곳입니다. 해 질 녘엔 쓰보이 강을 따라 산책하며 그날그날의 노을 모습에 취하며 계절의 변화를 느낄 수 있었죠. 물의 도시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곳 중엔 도심 속 호수 ‘에즈코’가 있는데, 맑은 시냇물을 따라 걷다 보면 이내 호수에 도착해 곳곳에서 샘솟는 지하수를 맛볼 수도 있고 널따란 잔디밭에서 간단한 피크닉도 즐기기도 했답니다.

    기억에 남는 숨은 명소 중엔 ‘일본 제일의 돌계단 3,333’이란 곳도 있는데요. 산 정상까지 정확히 3,333의 계단으로 이루어져 있어 많은 사람들의 의지를 불태우게 합니다! 800여 개를 딛고 올라섰을 때 한계를 겪고 주저앉았지만, 동료들 덕분에 정상까지 완주하고 며칠을 허벅지 근육통에 시달렸던 기억이 선명합니다. 중간중간 세계 각국에서 공수해 온 돌로 만든 구간도 있는데 2,100~2,200단 구간은 충북 음성군에서 공수해 온 돌로 만들어 있답니다! 찌릿한 근육통과 함께 오래 기억에 남을 만한 구마모토의 숨은 명소였습니다.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쓰보이강 너머로 노을이 지고 구마몬 랩핑을 한 전차가 퇴근길 사람들을 실어 나르고 술 한 잔과 ‘히고노 잇초노코시(같이 식사를 할 때 마지막 한 점은 서로를 위해 남기는 무언의 매너. ‘히고’는 구마모토의 옛 지명, ‘잇초노코시’는 한 점 남긴다라는 뜻)’를 앞에 두고 서로 양보하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있겠죠. 편서풍의 영향 탓인지 제 고향인 부산에 비가 오면 어김없이 다음 날 구마모토에도 비가 와서 멀고도 가까움을 늘 실감했답니다.

    오랜 시간 저의 어나더 스카이였던 구마모토의 매력을 여러분도 꼭 직접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에즈코 호수에서의 피크닉                                           산책으로 즐겼던 해질녘의 쓰보이 강   
     
    위의 내용은 2022년 가을경에 집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