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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other Sky-일본・두 번째 고향-

  • 〔나가노현〕나가노? 그게 어디지? 올림픽 했던 곳인가?
  • 2023-03-10
  • 오석영

    나가노현(長野県) 2018년 4월 ~ 2022년 4월 CIR

  • 나가노현나가노? 그게 어디지? 올림픽 했던 곳인가?

    나가노하면 여러분은 어떤 생각이 떠오르시나요? 한국의 많은 분들은 ‘나가노 동계올림픽..?’하고 어렴풋이 생각하실 것 같습니다. 네 맞습니다. 나가노는 1998년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영화 <국가대표(2009년)>의 스키점프 경기 배경이 나가노현이란 사실을 알고 계셨나요? 나가노현은 우리나라의 강원도 평창과 비슷한 산악지대인 동시에 다설지대인 곳입니다. 하지만 동계 올림픽 이외에는 아쉽게도 나가노현의 특징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오늘은 여러분께 4년 동안 국제교류원으로 활동한 저의 경험을 살려서 나가노현의 다양한 매력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1. 나가노의 자연
    1) 일본 No.1 명산이 가장 많은 나가노나가노는 3000m급의 높은 산들이 분포해 있고 일본의 명산 100산 중 약 30여산의 가장 많은 명산이 분포해있는 지역입니다. 이런 높은 산에 계절풍이 부딪혀 겨울에는 많은 눈이 내리고 그로 인해서 여름에는 등산, 겨울에는 스키와 스노보드 등 다양한 산악 및 동계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데요. 실제로 한국의 많은 등산애호가 분들이 국내에는 없는 높은 산을 등반하기 위해 나가노현을 방문하기도 하며 겨울에는 폭신폭신한 천연 눈을 즐기기 위해 세계 각지에서 관광객과 선수단들이 나가노현의 스키장을 방문하고 있습니다. 동계스포츠에 문외한이었던 저 또한 나가노에 와서 처음으로 스노보드를 탈 수 있게 되었고 크로스 컨트리에 도전해보기도 했습니다.
      

    2) 나가노에는 산밖에 자연경관이 없나요? 아니요!물론 이런 나가노의 산악 지대는 앞서 말했듯 이미 유명한 특징이지만 사실 나가노에는 높은 산지이외에도 아름다운 자연을 자랑하는 지역이 많습니다. 나가노는 섬나라인 일본에서 드물게 인접한 바다가 없는 내륙지방입니다. 때문에 바다를 보기는 어렵지만 그 대신 강과 호수 등 멋진 자연 경관을 즐길 수 있습니다.

    첫번째 사진은 나가노에서 가장 규모가 큰 스와호입니다. 스와호는 한국에서도 인기가 있었던 영화 <너의 이름은(2016년)>의 배경지로도 유명합니다. 영화의 배경이 되었던 아름다운 스와호는 스와시의 한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으며 호숫가를 따라 자전거를 대여해서 사이클을 타거나 산책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또한 스와호에서는 매년 8월마다 불꽃축제가 열리는데요 일본 전국에서 손꼽히는 화려하고 큰 불꽃축제입니다.

    여름에는 나가노의 강가에서 Stand Up Paddling(이하 SUP)을 즐길 수도 있습니다. SUP은 선 채로 패들을 저어서 즐기는 수상스포츠입니다. 서핑이나 수상스키를 타본 적이 없어서 걱정이라면 문제없습니다. SUP 보드는 부력이 강해서 초보자도 물에 빠질 걱정없이 안전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사진은 나가노시의 신슈신마치의 사이강에서 바라본 구메지협곡인데요. 이곳 이외에도 노지리호, 아오키호 등 여러 호수와 강가에서 수상 레저를 즐길 수 있습니다. 혹시나 추운 겨울에는 수상 스포츠를 즐기지 못해서 어떡하지 하는 분들 걱정하지 마세요! 겨울에는 레이센지호, 나카츠나호 등 나가노의 호수에서 빙어낚시, 배낚시 체험을 즐길 수도 있답니다.

    그리고 일본에서 밤하늘 별을 가장 선명하게 보고 싶다면 꼭 나가노현에 오셔야 합니다! 왜냐하면 일본 제일의 밤하늘을 자랑하는 곳이 바로 나가노현 아치무라에 있기 때문입니다. 나가노현의 남쪽에 위치한 아치무라는 일본의 환경성이 인정한 일본에서 제일 가는 별빛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적당한 고도, 맑은 공기, 산들로 둘러싸인 곳에서 보는 밤하늘의 운해는 그야말로 숨막히는 아름다움을 자랑합니다. 

    2. 나가노의 예술과 문화
    1) 일본을 대표하는 예술 거장들의 연고지
     나가노는 일본의 유명한 예술작가와도 인연이 깊은 곳입니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미술 거장인 쿠사마 야요이의 출생지가 바로 나가노현의 마츠모토시입니다. 노란 호박에 검정 물방울 무늬가 있는 설치 미술 작품으로 가장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마츠모토시립미술관에서는 쿠사마 야요이작가의 상설 전시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 에도시대 말기 가장 대표적인 우키요에 작품인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의 작가인 가쓰시카 호쿠사이도 나가노현과 연고가 있습니다. 83세의 노년에 처음으로 나가노의 오부세마치를 방문한 후 그 매력에 매료되어 호쿠사이는 생애 4번 오부세를 방문하여 작품을 완성했다고 합니다. 오부세에는 호쿠사이관이라는 단독 미술관이 있어 그의 작가 인생 말년에 완성한 작품들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더욱이 일본 근대화의 거장인 히가시야마 가이이 작가도 나가노현과 깊은 인연이 있습니다. 생전에 나가노현의 자연 풍경에 큰 감명을 받아 나가노의 자연을 그림에 담았고 그는 나가노현을 내 작품을 키워준 고향이라고도 표현했습니다. 그가 생을 마감하기 전에 그의 작품을 나가노현에 기증하였고 현재 나가노시립 시나노미술관의 히가시야마 가이이관에서 상설 전시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이 미술관이 리뉴얼되면서 관련 팸플릿과 전시 해설에 관한 번역 검수를 제가 담당했는데 그래서 그런지 저에게 있어서 뜻깊은 곳입니다.

    2) 수 백 년, 천 년의 역사가 숨 쉬는 곳
    나가노현 나가노시에 위치한 젠코지. 나가노현을 대표하는 관광지 중 하나인 젠코지(善光寺)는 1,400여년의 역사를 자랑하며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불상을 모시는 절입니다. 이토록 오래된 역사가 있는 절이지만 실은 어느 종파에도 속하지 않는 무종파의 절입니다. 오히려 종파라는 벽이 없고 누구나 참배할 수 있기 때문에 예로부터 많은 참배자들이 모였다고 합니다.

    매년 겨울에는 일루미네이션 행사가 이뤄져 늦은 밤에도 빛나는 젠코지를 구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7년에 딱 한번 ‘고카이초(御開帳, 개장)’라는 행사가 열리는데요. 젠코지의 본존은 평상시에는 볼 수 없지만 그 본존의 분신인 ‘마에다치본존(前立本尊)’을 개장할 때만 볼 수 있습니다. 7년에 한번인만큼 흔하지 않은 기회인데 마침 제가 한국으로 귀국하기 직전인 2022년 4월에 본 행사를 관람할 수 있어서 더욱더 기억에 남는 곳입니다.

    오래된 역사를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는 츠마고주쿠와 나라이주쿠도 유명합니다. 교토와 도쿄를 잇는 오래된 길 중의 하나였던 나카센도. ‘사무라이의 길’ 이라고도 불리는 이 나카센도의 역사는 300년 전의 에도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나카센도를 지났던 행인들이 묵었던 옛 역참마을이 바로 이 츠마고주쿠와 나라이주쿠입니다. 지역에서 앞장서서 문화재 보존 운동을 한 결과 다른 역참 마을에 비해 에도시대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건물들이 잘 보존되어 있습니다. 마을 안을 걸으면 마치 에도시대에 시간여행을 한 것 같은 기분을 만끽할 수 있습니다. 

    3. 나가노의 먹거리
    1) 향토 음식 오야키
    오야키는 나가노현을 대표하는 향토식 중 하나로 밀이나 잡곡, 메밀, 쌀 등의 가루를 물에 녹인 반죽에 야채 등 댜앙한 재료를 소로 넣어서 만두처럼 빚는 음식입니다. 오야키의 속 재료는 노자와나라는 야채나 팥앙금이 가장 잘 알려져 있지만 계절마다 제철 야채를 사용하기도 합니다. 또한 조리 방법도 굽거나 찌는 등 다양합니다. 나가노의 오가와무라에 가면 전통 오야키를 먹을 수 있는데요. 이곳에선 옛 일본식 화로인 이로리에서 손수 만든 오야키를 맛볼 수 있습니다. 또 이곳에서 오야키 만들기 체험도 할 수 있습니다. 직접 만든 오야키를 먹어본 것도 나가노의 좋은 추억 중 하나입니다.

    2) 의외로 잘 모르는 일본 내 생산량 TOP?
    사과하면 다들 아오모리현을 떠올리기 십상이지만 사실 나가노현도 그에 못지 않은 생산량을 차지하고 있다는 사실 아시나요? 그래서 나가노현의 대표 캐릭터도 사과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아오모리현에 이은 일본 내 사과 생산량 2위 지역이 바로 나가노현입니다. 때문에 나가노에서는 사과를 사 먹으면 바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사과 재배시기가 되면 너도나도 집안에는 사과가 넘쳐납니다. 제가 나가노에서 현지 사과를 먹으면서 정말 맛있다고 느낀 품종이 있는데요. 바로 시나노 골드라는 품종입니다. 최근에는 한국에서도 품종을 수입해와서 시나노 골드를 한국에서 볼 수 있는데 볼때마다 반갑게 느껴지고는 합니다. 이 시나노 골드의 ‘시나노(信濃)’는 나가노 지역을 일컫는 옛 명칭입니다. 비록 지금은 아오모리현에서 개발된 부사 사과가 주류를 이루고 있지만 저는 나가노의 사과를 응원하는 만큼 앞으로 이 시나노골드가 더욱더 부흥했으면 하는 개인적인 욕심이 있습니다. 혹시 한국 슈퍼에서 시나노골드를 발견하면 꼭 한번 드셔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또한 일본에서 생산량 1위를 빛내고 있는 와사비도 빼먹으면 섭섭합니다. 나가노현의 아즈미노시에 위치한 다이오와사비농장에서는 일본 내 전국 와사비 생산량의 약 40%이상을 차지하고 있다고 합니다. 와사비는 깨끗한 물에서만 재배된다고 하는데요. 때문에 아즈미노시는 맑고 깨끗한 수질로 유명합니다. 나가노에서 생산되는 와사비와 소바로 유명한 나가노현의 신슈소바를 함께 먹으면 그야말로 금상첨화입니다.

    제가 소개 드린 나가노현은 실제 나가노현이 가진 매력의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물론 저 또한 나가노에서 지낸 기간이 4년뿐이었던 만큼 나가노현의 전부를 알지는 못하겠죠. 하지만 4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경험한 나가노현은 다양한 매력이 넘치는 곳이었고 한국으로 귀국한 지금도 나가노의 가보지 못한 이곳저곳을 다시한번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봐도 봐도 또 궁금해지는 나가노현! 볼수록 매력이 넘치는 나가노현! 나가노현의 다채로운 매력이 궁금하시다면 직접 나가노현에 방문해서 그 모습을 확인해보세요!

     
    위의 내용은 2022년 가을경에 집필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