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즈오카현〕후지산 산록에 펼쳐지는 마음의 고향
국경을 넘는 왕래가 재개되어 많은 분들이 일본에 방문하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일본'이라고 하면 어떤 풍경이 마음속에 그려지시나요? 홋카이도의 대자연을 떠올리는 분도 계실테고 도쿄나 오사카 등 대도시의 현대적인 풍경이나 일식, 애니메이션, 물건 등 다양한 풍경이 떠오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의 경우 새하얀 눈이 산 정상을 뒤덮은 후지산이 아름다운 바다와 도시 풍경과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경치를 떠올립니다. 저는 JET 프로그램에 참여했고 시즈오카 현청에서 5년간 국제교류원으로 근무했습니다. 이곳 시즈오카현에 살고 있던 시간은 크게 인생을 바꾼 배움이나 깨달음도 있어, 일본에서는 제 자신의 원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현재도 일본에서의 제2의 고향 시즈오카에서 계속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께는 이 자리를 빌려 제 고향인 시즈오카의 이야기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삿타 고개】
●세계의 보물, 일본을 대표하는 세계문화유산 '후지산'
일본의 대표적이고 상징적인 존재이자 가장 높은 산인 후지산. 그 모습은 언론이나 서적 등에서도 벚꽃이나 단풍, 호수, 바다와 같은 다양한 자연 풍경과 함께 새하얀 눈으로 단장한 모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 웅장한 모습은 일본뿐만 아니라 전 세계인에게 감동과 기쁨을 선사합니다. 후지산을 즐길 수 있는 명승지와 관광 시설도 있습니다만, 이번에는 후지산에 대해서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날 출장으로 신칸센을 타고 도쿄로 향하고 있는 날의 일이었습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푸른 하늘 아래 차창 너머로 우뚝 서 있는 후지산의 모습이 보이자, 열차 안에 있던 승객들은 휴대전화를 꺼내 사진을 찍고 이야기꽃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후지산과는 반대쪽 좌석에 앉아 있던 저는 그들의 어깨 너머로 후지산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창가 자리에 앉아 있던 중년 여성이 후지산을 향해 두 손을 모으고 기도를 드리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한국에서는 산악 숭배라는 개념이 낯설었기 때문에 지금도 매우 인상 깊게 남아 있습니다.
후지산은 '신앙의 대상과 예술의 원천'으로 2013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되었습니다. 산이 문화유산으로 등재된 것은 산으로서의 자연의 가치보다는 그 장엄한 모습으로 인해 고대부터 오늘날까지 신으로 숭배되는 신앙의 전통에 숨결을 불어 넣어 왔던 점입니다. 그리고 바다와 호수 등 주변 풍경과 후지산이 빚어내는 절경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주어 고대의 시와 우키요에를 비롯한 수많은 예술작품을 탄생시킨 원천이기도 하지요. 신칸센 안의 여성은 후지산에 무엇을 바라고 기도하고 있었던 것일까요. 일본인의 정신과 문화에 깊이 뿌리박고 있는 후지산의 일면을 엿볼 수 있었습니다.
●'맛있지?(우마이라?)' 사투리와 음식을 계기로 깊게 빠지게 된 시즈오카의 매력
한국에도 사투리가 있고 일본에도 사투리가 있습니다. 일본어를 공부하는 외국인들은 보통 '표준어'라고 불리는 일본어를 학습하기 때문에 지역에 따라 다른 억양이나 표현은 익숙하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 간사이 사투리를 자주 일본 TV 프로그램에서 들었습니다만, 시즈오카 사투리인 시즈오카 사투리를 실제로 들은 것은 시즈오카현청에 부임하여 직장 동료와 함께 환영회에서 시내 이자카야에 방문했을 때였습니다. 그 이자카야는 지역 식재료를 사용한 요리를 제공하고 있었습니다. 처음에 제 눈에 띄는 음식은 동그란 튀김이었습니다. 동료에게 물어보니 '한펜후라이(어묵튀김)'이라고 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서 봐온 '오뎅'과 달리 생소한 검은 어묵을 튀긴 모습은 무척 놀라웠습니다. 의아했지만 소스를 뿌리고 겨자를 찍어 한입 먹어보니 너무 맛있어서 '맛있다!'라고 외치자 시즈오카 출신 동료들도 똑같이 '맛있지? (旨いら?)'라고 웃는 얼굴과 함께 대답해 주었고, '시즈오카와리(静岡割)'라는 음료도 추천해 주었습니다. 참고로 시즈오카와리는 소주나 보드카, 진 등에 녹차를 탄 음료를 지칭한다고 합니다.
시즈오카에서 생활하면서 동료들의 대화에 귀를 기울여 보니 아무래도 어미에 'だら(다라)', 'ら(라)'가 자주 사용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그치?] [그렇겠지]라는 의미로 쓰이고 있다고 하는데 두 가지는 약간 다른 뉘앙스가 있는 것 같습니다. '飲むら(노무라)?'라고 하면 '괜찮으면 마실래?'처럼 부드러운 뉘앙스인데, '飲むだら(노무다라)?'는 '당연히 마실꺼지?'와 같은 조금 강한 뉘앙스로 들리는 듯합니다. 그 밖에도 'ちょびちょび(쵸비쵸비)'이나 'えらい(대단히)' 등의 표현이나 특징이 있습니다만, 시즈오카 사투리는 전체적으로 강한 어조가 아니라 느긋한 인상으로 따뜻함을 느끼게 합니다. 만약 여러분이 시즈오카 사람을 만나거나 시즈오카 현지에 가서 이야기를 들을 기회가 있다면 꼭 경청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렇게 생활 속에서 느끼는 약간의 차이를 깨닫고 먹어본 적이 없는 음식 등에 도전해 가는 사이에 시즈오카의 팬이 되어 지역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동서로 길어 신칸센 역이 6개나 있는 시즈오카현을 방방곡곡 돌아봄으로써 지역 주민이나 여행자에게도 알려진 명물 맛집을 많이 발견했습니다. 일본 제일의 생산량을 자랑하는 녹차나 스루가만에서만 잡히는 사쿠라에비, 생와사비를 갈아 소프트 아이스크림에 얹어 먹는 아이스크림, 시즈오카 오뎅, 후지미야 야끼소바, 사와야카 함바그, 일본 제일의 어획량을 자랑하는 참치, 하마나코 장어 등 모두 각 지역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 왔습니다. 그것들은, 풍부하고 깨끗한 물이나 공기, 넓은 바다, 온난한 기후 등, 시즈오카의 풍부한 자연환경이 키워낸 것입니다. 왜 누가 어떻게 키워온 것인지, 로컬푸드와 관련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찾아 체감하는 것도 시즈오카 여행의 묘미일지도 모릅니다.
●일본의 로컬을 마음껏 즐길 수 있는 최고의 감동 체험
아시겠지만, 일본 전국 각지에는 그 지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문화와 체험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5년간 시즈오카에서 보내며 가장 감동과 기쁨을 느낀 체험을 몇 가지 소개하고자 합니다.
시즈오카 현 서부에 위치한 하마마쓰 시의 하마나 호수에는 '타키야료'라는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독특한 전통 어법이 있습니다. 이 전통 어법 타키야료는 해 질 녘즈응 작은 배를 내놓고 출발합니다. 고기잡이가 이루어지는 얕은 여울 주변은 어둠 속입니다. 그때 물속을 전등으로 비춰 자고 있는 물고기나 숨어있는 사냥감을 작살로 찌르거나 그물로 떠서 잡습니다. 하마나코 호수는 만에 연접하고 있는 민물과 해수가 만나는 기수호(汽水湖)입니다. 평균 수심은 5m로 비교적 얕은데다 파도가 잔잔하고 고요하여 호수 바닥까지 시야 확보가 좋아 작살로 찌르기에 적합해 이 어법이 생겨나 전해 내려왔다고 합니다. 잡힌 물고기는 테이크아웃도 할 수 있지만, 타키야테이라는 하마나코 호수 위에 뜬 보트 위에서 먹을 수도 있습니다. 뱃사공이 잡은 해산물을 사용한 튀김과 된장국 등 즉석에서 조리해 주며 그 맛은 진미입니다. 타키야료는 5월~9월에 걸쳐 이루어집니다.
② MT. FUJISATOYAMA VACATION (마운트 후지사토야마 휴가) / En-Ya Mt. Fuji Ecotours
후지산 기슭의 후지 궁에 위치한 에코투어&글램핑 시설입니다. 후지산 신앙과 관련된 역사와 전통문화를 비롯해 후지산에 의해 길러진 풍부한 복류수가 넘치는 웅장한 폭포, 사케, 이 지역에 사는 사람들의 생활방식 등 자연과 지역사회를 직접 접할 수 있습니다.
③다루마산 하이킹
이즈 반도에 위치한 다루마산은 그 모습이 좌선한 달마대사(다루마)를 닮았다는 데서 유래했습니다. 이즈 반도의 3대 경관 중 하나로 선정된 스루가만과 후지산의 조망을 즐길 수 있어 하이킹 코스로 추천해 드립니다. 산 정상에서의 전망은 360도 파노라마 경치가 펼쳐져 산 정상으로 불어오는 바람이 무척 기분 좋습니다. 가장 가까운 역에서 버스 하나로 갈 수 있고 등산로도 정비되어 있어 등산 경험이 적은 초보자도 도전하기 쉬운 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일본의 축소판이자, 일본의 원풍경을 가진 시즈오카
누군가가 시즈오카이 한마디로 어떤 곳인지를 물어보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고민이 많았습니다. 이곳은 동서남북, 계절마다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체험과 먹거리도 풍부합니다. 시즈오카에는 일본의 상징적인 존재 '후지산'이 위치하고 있으며, 예로부터 현대까지 일본의 대동맥이라 할 수 있는 '도카이도(東海道)'가 있어 이 지역에 살아 숨 쉬는 역사와 전통, 문화, 자연과 일상의 삶 등 일본의 원형이 살아있다고 생각합니다. 알려지지 않은 시즈오카의 매력을 꼭 느껴보세요.
시즈오카현에 관한 관광 정보
https://exploreshizuoka.jp/kr/
시즈오카현 공식 블로그
https://blog.naver.com/goshizuoka